정부, 비만 공식 기준은
BMI
25 이상
올해 검진 결과표엔 30 이상을 '비만'
BMI
29, 작년엔 "비만" 올핸 "과체중"
복지부 "용어 애매모호해서 바꿨다"
일반적으로 비만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체질량지수'(
BMI
)를 사용한다. [중앙포토]
정부가 국민건강검진에서 활용하는 비만 기준을 갑작스레 공식 기준과 다른 수치를 사용해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전문가 의견을 듣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올 1월부터 국민건강검진 결과표에 체질량지수(
BMI
) 30 이상을 비만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BMI
는 체중(
kg
)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국민건강검진은 법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검진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공식 기준과 어긋난다. 국가 통계로 사용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지역사회건강조사 등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잡는다. 이런 불일치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식 기준과 다르게 표기되면서 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매우 헷갈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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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해까지 건강검진 결과표에
BMI
18.5 미만과 25~29.9를 '정상B(경계)'로, 18.5~24.9를 '정상A'로, 30 이상을 '질환 의심'으로 표기했다. 용어가 애매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자 올 1월부터 18.5 미만을 저체중으로, 18.5~24.9를 정상으로, 25~29.9를 과체중으로, 30 이상을 비만으로 각각 변경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정상A·B의 차이가 뭔지,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고 헷갈린다고 해서 세계보건기구(
WHO
) 기준에 맞춰 용어를 바꾼 것이다. 용어를 바꾸기 전에는 검진 결과를 받아든 국민의 문의가 많았지만, 올해 들어선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의 공식 통계에서는 '비만=
BMI
25 이상'이라고 밝혔다. 건강검진 결과표의 용어만 바꾼 것이지 정부의 공식 기준을 바꾼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서양인과 체격 조건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쓴다. 세계보건기구나 유럽 등지에서는
BMI
25 이상을 과체중으로, 30 이상을 비만으로 잡는다.
공식 통계상 기준과 건강검진 결과표에서의 '비만' 기준이 달라지면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복지부는 이번에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허리둘레 기준 용어도 바꿨다. 지난해까지 남성 90
cm
미만과 여성 85
cm
미만은 정상A, 그 이상은 질환 의심으로 표기했으나 올해부터 각각 정상, 복부비만으로 표기했다. 다만 복부비만의 기준은 정부의 공식 기준과 같아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은 A(55·여) 씨는 키 159
cm
, 몸무게 75.1
kg
, 허리둘레 87.2
cm
로 나왔다. 검진 결과표의 체질량지수란에 과체중으로 표기됐다.
BMI
가 29.7이었다. 허리는 복부 비만이었다. A 씨는 지금까지 비만으로 알고 있는데, 검진에서 과체중으로 나와 의아해했다.
건강검진에 앞서 자가 체크 항목을 작성하는 여성. [중앙포토]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가정의학)는 "비만인 사람이 과체중으로 표기되면 '이제 비만이 아니니까 체중 관리에 덜 신경 써도 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허리둘레로는 복부 비만인데 체질량지수로는 과체중으로 나오게 되니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이런 중요한 변화를 하면서 대한비만학회 같은 전문가 집단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정 과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한국인 비만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게 나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새로운 비만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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